Editorial/Fashion

아카브 셀비지 데님 - 마크1 (Acarve mark1) 쇼핑후기

낙낙이 2016. 11. 24. 21:32

20161124 [C]


아카브 셀비지 데님 - 마크 1 (Mark-1)


 블로그를 같이 하는 친구 중 하나는 고등학교 동기로 저와 굉장히 친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함께 허튼 짓을 자주 저지르는데, 사고싶은게 있는데 돈이 약간 부족할 때 돈을 땡겨주는 '생일 론(Birthday Loan)'이나 특별히 급한 돈이 없으면 같이 돈을 모아서 약간 독특한 일을 진행하는 '생일 프로젝트' 등을 진행합니다. 비바스튜디오의 라이더 자켓에 아크릴 물감으로 장난을 쳤던 일이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이 친구와 저는 '아카브'라는 작은 청바지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남매가 하는 작은 사업인데,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약간 감명을 받아서 팬이 되었습니다. 겸손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분이라 응원하고, 때로는 그러한 가치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태에 걱정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희 블로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와 친구는 청바지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잊고 있었는데, 친구가 아카브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아와 며칠 전 각각 하나씩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브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는 인터넷 후기작성을 조건으로 소정의 적립금을 먼저 받는 거였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상업적인 색채를 띄고 싶지도 않고, 이게 업도 아니기에 저희는 아주 멋대로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대가성 포스팅이나 상업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저는 유니클로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도 말했지만, 세상에 '적당한 가격'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미국에서 대형 유통체인인 월마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월마트가 인플레이션과 가난을 없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건 값이 너무 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마트가 생기고 수십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삶은 생각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월마트는 가난을 없앤다기보다, 가난에 기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대단한 혁신과 기술진보가 없다면, 가치사슬에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저임금으로 이어졌을 뿐이었고 여기서 돈은 월마트가 벌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줄어든 소득으로, 저렴한 물건을 산 셈이지요.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역경제, 그러니까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구매하는 움직임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언제나 저렴한 가격 앞에서 너무나 쉽게 흔들리지만, 마음은 항상 정직하고 열심히 만든 물건에 이에 적절한 가치를 치르고 구매하고 싶습니다. 물론 적립금으로 많은 할인을 받아서 니가 다를게 뭐냐라고 말하면 사실 민망하지만, 그래서 평소보다 꽤 공들인 글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3장 만들어지는 청바지


 아카브는 대표님과 대표님의 여동생을 중심으로 소규모 공방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3벌 정도의 청바지 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약간 주문이 밀리면 기다려야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총알배송이나 당일배송 이런 것이 일반화된 요즘, 주문 후에 꽤 기다려야 될 수 있는 물건을 주문해본 것도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의 물건은 기다리는 것도 소비의 한 부분인 것 같단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항상 끼는 시계는 독일의 한 시계공방에서 만든 것인데, 거기도 아카브와 같은 형태로 재고를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물건을 만들어서 보내줍니다. 여기는 뭐 하루에 3벌 만드는 속도에 못미쳐서 한 3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약간 그 기다림때문인지 아직도 시계에 애착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내 것을 열심히 만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드니까요. 네가 무슨 어린왕자도 아니고 말이냐 막걸리냐라 말씀하시면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사실 아카브는 이런 말을 하기엔 너무 빨리 왔습니다. 친구는 배송이나, 약간의 수정사항 때문에 아카브 데님의 대표님과 카카오톡을 조금 나눴는데, 정말 친절하고 응대가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스입니다. 택배 박스 안에 또 다른 박스로 이중포장되어 있어서 뭐 좋은거겠죠? 저는 이런건 낭비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A carve로 아카브는 A를 새기다란 뜻이라 합니다. 이번 학기 제 모토였는데 저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열었을 때입니다. 청바지가 굉장히 정성스레 접혀서 들어가있습니다. 보시는대로 백포켓은 아카브의 시그니처방식이고, 가죽패치에 금박으로 제품명이 써있습니다. 제 경우엔 친구와 제 이니셜을 따서 더 새겼습니다. 뒷 포켓은 굉장히 개성있고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긴 하는데 막상 지갑을 넣다보면 걸려서 잘 안들어가네요. 이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뭐 따로 말씀드리면 민자 포켓으로도 만들어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큰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택이나 봉제나 땀수 다 군더더기 없이 좋습니다.



수선에 쓰라는건지 원단을 조금 더 챙겨주셨습니다. 뭐 어디다 쓸진 모르겠지만 보관해놓으려구요.



택은 정말... 구형탭인거같은데 이건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행이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바뀌어서 다행입니다. 아카브라는 어감 자체가 저그 하이브 이런 느낌이 있는데 로고가 저러니까 무슨 생화학무기를 만드는 회사같은 느낌입니다. 다행히 지급은 아카이브, 뭔가 이런 어감에 더 어울리는 형태로 바뀌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근데 셀비지 데님이라는 제품군 자체가 로고나 탭이 드러나지 않아서 사실 별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아카브의 마크원이라는 모델을 주문했고 기장은 100-102cm 정도로 요청했습니다. 사실 좀 더 줄이는게 좋았을 것 같은데, 왠지 자르면 도루묵이 안되는게 걱정되서 약간 길게 잡았습니다. 2번 정도 두껍게 롤업하면 평소에 제가 입고다니는 청바지 기장 느낌입니다. 다음에 주문한다면 저는 98-100정도를 가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사실 친구의 성화에 뜬금없이 구매한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받아보고 나서는 약간 정말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말씀하신대로 마감이나 완성도는 군더더기 없었고, 여기엔 별다른 코멘트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지 안 쪽의 마감도 LVC나 오디너리 핏츠같은 고가의 데님과 비교해봤을 때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오디너리핏츠는 3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비해 잘 만들어진 바지라 보긴 어렵고, 드님은 확실히 만듦새를 놓고보면 비교하기 민망합니다. LVC도 MSRP는 수십만원이니 체급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그런 것을 고려하면 십만원 중반대로는 놀랍습니다. 근데 이태리에서 만든 누디진이 6만원에 풀리는 나라니까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보통 바지를 롤업해서 입고다니는데, 안쪽의 마찰로 봉제가 풀리는 경우가 왕왕있어 이쪽의 마감을 잘 보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허리의 휘어진 패턴이 아카브의 장점이라는데, 사실 저는 뭐 잘 모르겠습니다. 크게 허리가 답답하지 않은거보면 좋은거겠죠.



크 저부분 원단 마감이나, 봉제는 정말 가지고 있는 바지중에 가장 좋은 축이란 생각입니다. 다만 저렇게 오바로크는 왜 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셀비지 브랜드들도 다 저런 방식이고 유일하게 아페쎄만 저런것 없이 마감하는데 사실 롤업을 많이하는 입장에선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저 실이 풀리기 시작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러면 바지를 못입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저게 일반적인 마감 방식이라 그러겠죠. 



원단 느낌을 좀 더 보시라고 자세히 찍어봤습니다.


아카브 마크1 셀비지 데님 핏



 사실 구매를 결정하면서 제일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도대체 이 바지가 입으면 어떤지 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핏이 굉장히 많은데, 현행판매 제품은 대부분 출시된지 얼마 안된 바지들이라 축적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품을 구매하면 되도록 상세하게, 어떤 핏인가를 보여드리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 급하게 포스팅하느라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저는 평소 28-29 정도를 입고 키는 172, 몸무게는 62 kg정도 나가는데 29사이즈로 갔는데 매우 좋습니다. 28사이즈를 가면 약간 꼈을 것 같은데, 보통 정사이즈 가시면 보기좋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핏은 허벅지나 종아리나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일관되게 잡히는 날카로운 실루엣입니다. 평소 입고 다니는 드님보다는 약간 붙으면서도, 쁘띠스탠다드처럼 너무 붙지는 않는 그런 바지를 원했는데 제 입장에선 잘 부합하는 바지가 온 것 같습니다. (이거보다 좀 더 넉넉해도 보기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아 셀비지를 입어도 가공되거나, 슬러비한 원단을 입다가 이렇게 탄탄한 바지를 입으니 오랜만이라 당황스럽긴 하네요. 마크원이 이런 슬림 테이퍼드 느낌이고, 제네럴피라는 모델이 약간 제가 평소에 입는 바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메카닉이란 모델은 아무래도 쁘띠뉴스탠다드같이 좁은 실루엣인 것 같구요. 구입한건 마크원 뿐이라 궁금한게 있으시면 자세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핏입니다. 적당히 붙고 세련되면서도 말라보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입다보면 조금 늘어나서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딱 좋은데 세탁하면 수축이 일어날까 약간 걱정되네요.







뭐 크게 코멘트할게 없습니다. 정성들여 만들어진 청바지고, 보기에도 이뻐서 별로 할 말이 없네요.



뭐 일단 핏은 이렇습니다.


저는 무척 원하던 핏이라 좋습니다. 만듦새도 좋고, 오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별다른 단점을 꼽기가 어렵습니다. 하루 정도 입어봤을 뿐이라 자세히 코멘트 드리기도 어렵구요. 좀 더 입어보고 새로 포스팅을 하든가 하겠습니다.


사실 구형모델들의 버튼 쪽에 셀비지 라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요즘 모델들은 그런 디테일이 안들어간줄 알았는데 조금 안쪽으로 옮겨져서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디테일이라면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눈에 딱 보이면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Bottom: Acarve Selvedge denim mark1

Shoes: Kleman padre 클레망 파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