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C] 청바지 체인스티치 수선 +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

낙낙이 2017. 4. 25. 01:07

[C] 20170425

 

 

APPLE의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스티브 잡스는 차고(garage)에서 만들어 팔던 애플 1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애플 2를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회계상의 표준원가(standard cost)라는 개념에 의문을 갖습니다. 표준원가는 기초에 원가의 표준수치를 설정하고, 분기 말에 실제로 확인된 원가에 따라 원가를 조정해주는 방식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도대체 왜 이렇게 처리하는 거야?’라고 물었지만, 회계를 공부한 사람들은 그거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고민 끝에 표준원가를 사용하는 이유가 기초에 원가를 엄밀하게 산정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초에는 기말에 확정되는 원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고, 표준원가를 산정한 뒤에 기말에 조정해주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애플은 세밀한 경영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제품의 원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의 새 공장을 짓고 스티브 잡스는 이런 '표준 원가'를 산정하는 절차를 없애버립니다. 스티브 잡스는 ‘오로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해오는 일에 의문을 갖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혁신이 환영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 우리는 해왔던 이유만으로 무엇을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오늘 다룰 청바지의 체인 스티치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습니다. 체인 스티치는 사실 좋은 봉제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체인스티치는 한 올만 풀려도 박음질이 모두 풀려나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인 스티치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아타리역시 봉제의 불완전성 때문에 원단이 한쪽으로 힘을 받으면서 생기는 부산물이지요체인스티치는 이런 여러 구조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실도 더 많이 쓰는 경제성 쪽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방식이죠그러니까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많고그에 반해서 가격은 비싼 장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전에 이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이러한 디테일에 열광합니다우리가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기꺼이 훨씬 더 많은 대가를 치르는 것은 사실 재밌는 일입니다. 정치권에서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입니다. 무엇이 바꿔야 하는 구태인지, 무엇이 지킬 가치가 있는 전통인지 구분하는 일이 쉬운 일 같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는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도 체인스티치로 마감이 되어 있습니다.

 

 체인스티치는 일반 재봉틀로 불가능하고, 유니온스페셜의 오래된 재봉틀로만 가능합니다. 강한 아타리를 원하면 유니온 스페셜의 43200G라는 특정한 모델까지 필요하지요. 이런 기계들은 수십 년 전에 단종되었기 때문에 비싸고, 이런 CAPEX때문인지 수선 비용도 일반 수선에 비교했을 때 적게는 3, 많게는 4배 정도 됩니다. 그래도 바지를 한 단만 접고 다니고 싶으신 분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체인스티치로 수선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여러 번 롤업할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한 단만 접으면 싱글스티치는 너무 못생겼습니다. 오래 동안 아껴 입고 싶은 바지라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체인스티치로 하시는게 저같이 이중 지출을 막는 지름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

수선을 맡긴 제 바지입니다. 수선의 모든 과정을 그냥 눈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많은 실들 중에 가장 맞는 실을 가져와서 괜찮을지 여쭤보십니다. 여쭤보진 않았는데 뭔가 도전적인 실 색깔을 골라도 해주실 것 같습니다. 엄청난 실과 오래된 미싱들을 보면 공간에 정말 압도 당합니다. 이런 문화적 경험을 위해서라도 한 번 정도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

공간이 정말 멋집니다.

 

 

 저는 체인스티치 수선을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에 맡겨보고 싶었는데 공사 관계로 그냥 싱글 스티치로 줄였다가 아쉬움이 남아서 이번에 새로 구입한 바지까지 두벌을 수선 맡겼습니다. 수선은 바로 진행되었고, 청바지의 밑단이 접히는 길이와 사용되는 실 색깔까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30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고, 비용은 총 40,000원 들었습니다. 기장 수선은 바지 한 벌당 20,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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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신촌의 현대사는 수선이 15,000원이라 들었는데 그쪽은 아타리가 너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실 이쪽이 궁금해서 가본 건데 좋았습니다. 공간이나 사람들이 주는 느낌도 신선했구요. 요구대로 수선은 깔끔하게 잘 되었고, 워싱진이라 아타리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쭈글쭈글해진 것 같아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청바지를 딱 한 번만 접는 것을 좋아해서 무리해서 체인스티치 수선을 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은 갈월동에 위치해있고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혼다 건물에서 꺾으면 바로 있습니다. 찾아가기가 생각보다 수월해서 놀랐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체인스티치 수선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쪽이 교통편도 편하고 불만이 없어서 다른 바지를 수선맡길 일이 있으면 또 갈 것 같습니다.

 

 

<수선 결과물>

이 부분은 조금 좁게 부탁드렸습니다. 1 cm가 덜 되는 정도가 딱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LVC(Levis vintage clothing) 1967-505, 67505

이번에 새로 구입한 LVC를 이제 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