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Lean Wardrobe Project 1 - 옥스포드 셔츠

낙낙이 2017. 12. 24. 23:52

<C> 저희 블로그는 약간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옷을 좋아한지도 조금 오래됐고, 주로 찾아주시는 분들도 옷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크게 옷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제게 조금 직관적이고, 참고하기 쉬운 가이드를 써주길 바라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간의 옷생활을 돌아보면서 이런 옷들로 옷장을 채우면 좋다는 개인적인 조언을 조금 적어보려고 합니다. Lean Production은 생산관리 시간에 많이 배우는 토요타의 생산 방식입니다. 최소한의 인력과 설비를 통해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내용인데, 필요한 최소한의 옷으로 옷장을 구성해보자 이런 주제입니다. 

옥스포드 셔츠

 영국은 이제 스스로를 미국의 인큐베이터라고 표현할 만큼, 산업과 학계 전반의 헤게모니는 이제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훌륭한 인재들은 많이 미국으로 흘러갑니다. 그게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영국은 조금 특별한 나라여서 그런지 인재 유출(brain-drain)에 대해 다소간의 충격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학자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나왔으니 그럴만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영국은 예전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주는 느낌은 여전히 특별합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감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오늘 다룰 옥스포드 셔츠도 영국의 대학교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의 한 방직 회사가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예일, 하버드의 일류대학의 이름을 딴 4가지 셔츠 원단을 생산했는데, 그 중 옥스포드만이 살아남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옥스포드 원단의 특성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늘색, 짙은 하늘색 > 회색 스트라이프 > 회색, 흰색 정도의 우선순위로 추천을 드립니다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전반적인 활용도가 높습니다. 하늘색 옥스포드 셔츠의 경우 네이비와 회색 계열 니트, 아우터와 모두 어울리면서 너무 칙칙한 느낌이 아니라 입기 편합니다. 흰색 바탕에 옅은 회색으로 줄무늬가 간 옥스포드 셔츠도 이너로 활용하기 좋으면서도 완전히 흰색보다는 오염이 덜해서 좋습니다. 당연히 흰색 옥스포드 셔츠도 이쁘지만, 일상적으로 입기에는 오염과 마모에 너무 약해서 우선순위는 조금 뒤로 미뤘습니다. 옥스포드 셔츠를 정말 조자룡이 헌창 쓰듯 쓰실 용기가 있으신 분은 흰색도 추천드립니다. 회색 역시 오염이나 마모엔 강하지만, 색이 탁해서 우선순위가 조금 뒤로 밀렸습니다옥스포드 셔츠의 장점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편한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 입니다. 기본적으로 원단도 그렇고 카라가 버튼 다운인 점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조금 포멀하게 입어도 부담이 덜하고, 캐쥬얼한 옷에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라르디니 / 데이즈 X 라르디니 / 유니클로 / 클레망 / 블랭코브

엔지니어드 가먼츠 / 유니클로 / 안데르센 안데르센 / LVC / 클레망

엔지니어드 가먼츠 / 유니클로 / 매너그램 / LVC / 클레망 / 블랭코브

착장은 모두 자켓에 약간 차려입은 것들이지만, 어디에나 입어도 큰 이질감이 없는 훌륭한 셔츠 입니다. 보통 아주 포멀한 셔츠의 경우 캐쥬얼하게 입었을 때 많이 어색하고, 캐주얼한 셔츠들은 자켓과 입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옥스포드 셔츠는 TPO에 맞게 어디든 쉽게 매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는 좀 넉넉하다.

Gitman Oxford Shirts

 옥스포드 셔츠 류의 현실적인 끝판왕은 아무래도 짓먼 빈티지gitman vintage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홈기준으로 MSRP$ 165 입니다. 10만원 내외로 구하면 잘 구한 거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 톰 브라운의 셔츠를 짓먼에서 만든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요새 톰 브라운의 수준을 보면 아무래도 예전과 같이 정상적인 회사에 외주를 맡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짓먼의 셔츠는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랄프로렌 폴로 옥스포드 셔츠

 조금 더 구하기 쉬운 것으로는 폴로 랄프로렌의 셔츠도 괜찮습니다. 특히 단품으로 입었을 때는 로고가 하나 있는 것이 주는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폴로 공식홈페이지의 MSRP$ 89.50입니다. 짓먼에 비해서 정가 자체도 많이 저렴한데, 세일도 자주 하니까 직구에 익숙하신 분들은 폴로를 사시는게 여러모로 편하실 것 같습니다. 아마 실질적인 적정 구매가는 5만원 내외로, 사실 카테고리 분류는 '넉넉'이지만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셔츠는 아닙니다. 다만 백화점에서는 10만원 초반대 입니다. 

나는 유니클로가 싫다.

무인양품의 옥스포드 셔츠

 사실 저는 따지자면 유니클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유니클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엔 비슷한 가격대의 무인양품의 옥스포드 셔츠도 괜찮습니다. 훨씬 기장감이 짧고, 사이즈가 작게 나와서 수축을 감안하면 L, XL 정도가 입을만 합니다. 그보다 작은 사이즈는 체구가 정말 작지 않는 한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가격은 3만원 내외로 유니클로보다 약간 비싼 정도 입니다. 무인양품의 옥스포드 셔츠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는 옆트임 부분인 거셋이 이뻐서 꺼내 입었을 때 태가 좋다는 것 입니다. 사실 키가 작은 분들은 무인양품 셔츠를 약간 오버사이즈 하는게 좋습니다. 원체 기장이 짧게 나와서 사이즈를 조금 키워도 길이감이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유니클로가 좋다.

유니클로 옥스포드 셔츠

 솔직히 유니클로의 옥스포드 셔츠는 코스트 퍼포먼스를 떠나서 정말 좋습니다. 유니클로가 한국에 진출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에 산 옥스포드 셔츠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생때 산 셔츠도 아직 괜찮습니다. 물론 유니클로는 예전 옷이 더 좋다는 평이 많기는 하지만, 현행 제품들도 옥스포드 셔츠는 괜찮습니다. 특히 셔츠라는 것이 자주 빨 수 있고, 편하게 손이 가야 좋은 만큼 저는 유니클로의 옥스포드 셔츠를 정말 좋아합니다. 가격은 정가 기준으로 29,900인데, 자주 19,900원에 세일을 합니다. 운이 좋으면 그 아래로도 구할 수 있지만 세일 기간에 편하게 사이즈를 구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슬림핏과 일반핏으로 두 종류가 나오는데, 구태여 슬림핏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