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B> 기원을 찾아서 11편: 스펙테이터 슈즈 (Spectator shoes)

낙낙이 2019. 3. 14. 00:16

<B>

영화 '라라랜드(Lalaland)'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투톤 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습니다. 세바스찬은 옷의 색조합과 신발의 배색이 비슷하여 자연스럽지만, '미아'는 샛노란 원피스에 블랙&화이트의 투톤 슈즈를 신으니 눈에 띄어서, 저런 투톤 윙팁 슈즈는 원래 춤을 출 때 신는 신발인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그런 투톤 슈즈를 '스펙테이터 슈즈(spectator shoes)' 혹은 '코리스폰던트 슈즈(co-respondent shoes)' 라고 부르더군요. 스펙테이터(spectator)는 영어로 '관중'이란 뜻인데, 왜 투톤 슈즈를 스펙테이터 슈즈라고 부르는지 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지만 언급한 라라랜드의 장면이 '리타 헤이워드(Rita Hayworth)'와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 주연의 '너무도 아름다운 당신(You Were Never Lovelier)'이란 영화의 장면을 오마쥬 한 것이더군요. )


투톤 슈즈 (일명 스펙테이터 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 미아와 세바스찬

영화 '라라랜드' 中


 '리타 헤이워드(Rita Hayworth)'와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 주연의 '너무도 아름다운 당신(You Were Never Lovelier)'



1. 스펙테이터 슈즈의 외형적 특징

먼저 '스펙테이터 슈즈'의 가장 큰 외형적인 특징은 당연히 투톤의 배색 입니다. 보통 윙팁의 옥스포드나 더비인 경우가 많지만 로퍼의 형태도 많으며 브로그(brogue) 장식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상관없이 투톤의 배색이 가장 큰 특징 입니다. 그리고 색 조합은 블랙&화이트 혹은 브라운&화이트가 대표적이지만, 네이비&그레이 혹은 브라운&베이지 등의 다양한 조합이 있다고 합니다. 


존 롭(John Lobb)의 스펙테이터 슈즈


2. 스펙테이터 슈즈(spectator shoes)의 기원

스펙테이터 슈즈(spectator shoes)를 직역해보면 '관중 신발'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사전에 등재된 스펙테이터 슈즈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스포츠 경기를 구경할 때 신었던 신발이란 것을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왜 스포츠 구경을 할 때 투톤 슈즈를 신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습니다. 

스펙테이터 슈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 모양인데, 영국의 '존 롭(John Lobb)'에서 1868년에 처음 크리켓 슈즈(cricket shoes)로 만들었다는 것이 다수설인 것 같습니다. 당시 크리켓 슈즈들은 대부분이 화이트 컬러였는데, 경기장에서 쉽게 흙이 묻어 더러워졌기 때문에 존 롭이 흙이 자주 묻는 부분을 검은색 가죽으로 덧대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868년 이전의 삽화들에서도 이러한 투톤 슈즈들이 보이기 때문에 스펙테이터 슈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명확한 것은 없다지만 스포츠 경기를 구경할 때 아무래도 신발에 흙이 잘 묻었고, 스포츠 경기를 보고 흙이 묻어 지저분해진 신발 자체를 스펙테이터 슈즈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것이 하나의 패션이 되어 존 롭에서 투톤 슈즈를 만들지 않았을까 제 나름 추측해봅니다.


3. 영국에서의 스펙테이터 슈즈 이미지

영국에서는 1930년대 이전까지 신사들이 신기에는 너무 화려해서 건달들이나 제비족(lounge lizards)들이 신는 신발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처음에 언급한 '코리스폰던트 슈즈(Co-respondent Shoes)'에서 'co-respondent'는 '간통죄의 공통 피고인' 혹은 '불륜 상대'라는 뜻으로, 당시에 난봉꾼들이나 신는 신발들이라고 불린 것이죠. 투톤 즉 두가지 배색의 특징에 빗대어 조롱하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 에드워드 윈저 공(Duke of Windsor)이 스펙테이터 로퍼들을 즐겨 신었고, 덕분에 영국 내에서 신사들도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펙테이터 슈즈를 신은 에드워드 윈저 공과 그 옆의 심슨 부인


4. 미국의 스펙테이터 슈즈 유행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스펙테이터 슈즈가 1920~30년대 갱스터들과 뮤지션들이 즐겨신는 신발로 자리잡았고, '재즈 씬(Jazz scene)'과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상징하는 신발이 되었다고 합니다. 스펙테이터 슈즈는 편한 착용감과 화려함이라는 매력 덕분에 재즈의 시대(Jazz Age)로 대표되는 1920년대에 탭댄스 혹은 스윙 댄스 등을 출 때 많이 신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프레드 아스테어'는 당대의 유명한 뮤지컬 배우이자 뛰어난 댄서, 그리고 패션 아이콘으로 스펙테이터 슈즈를 즐겨 신었다고 합니다.


오드리 헵번과 출연한 영화 '화니 페이스(Funny Face) (1957)'에서도 스펙테이터 슈즈를 착용한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



이렇듯 스펙테이터 슈즈는 재즈 씬을 중심으로 유행이 되었고,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도 즐겨 신었다고 합니다.  이외에 스펙테이터 슈즈를 신은 유명인으로는 스카 페이스(scar face)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전설의 마피아 '알 카포네(Al Capone)'와 재즈의 황제라 불리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orng)'이 있다고 합니다.  


스펙테이터 슈즈를 신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


하지만 이런 스펙테이터 슈즈의 인기도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인기가 식었고, 80년대에 마이클 잭슨의 스펙테이터 슈즈 착용으로 반짝 인기를 다시 얻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고 합니다. 2013년에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에서도 스펙테이터 슈즈를 착용하는 장면이 나와 반짝 유행했지만 아무래도 20세기 초반때처럼 다시 흥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설적인 문워크 댄스를 출 때 착용한 스펙테이터 로퍼


스펙테이터 슈즈를 신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 中



처음에 언급한 영화 라라랜드의 댄스 씬은 1942년 作인 영화 '너무도 아름다운 당신(You were never lovelier)'의 스윙 댄스 장면을 오마쥬하여 의상까지 비슷하게 입힌 것이겠지만, 어쨋든 탭댄스 혹은 스윙댄스화로 유명했던 스펙테이터 슈즈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펙테이터 슈즈를 착용한 영화 장면들이나 유명인의 사진들을 보면 상하의를 최대한 심플하게 하여 신발로 포인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펙테이터 슈즈에 쓰인 색상과 타이 혹은 벨트의 색감을 맞춰서 전체적인 룩의 색상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저의 옷 입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신발이지만...기본적인 디자인의 신발들을 모두 갖춘 분이시라면 하나쯤 들여도 재밌는 신발일 것 같습니다.


크로켓 앤 존스(Crockett & Jones)의 스펙테이터 슈즈 


까를로스 산토스(Carlos Santos)의 스펙테이터 슈즈


닥터 마틴(Dr.Martens)의 스펙테이터 슈즈


파라부트(Paraboot)의 스펙테이터 슈즈

스펙테이터 슈즈를 착용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영화 라라랜드 中


'City of Stars' 씬에서 스펙테이터 슈즈를 착용한 라이언 고슬링

영화 라라랜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