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B> 워크 부츠에 대하여 2편: 쏘로굿, 울버린, 치페와 대너의 대표 모델들

낙낙이 2017. 6. 10. 13:35

<B>


1편에서는 워크 부츠의 제왕인 레드윙의 대표모델들에 대해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레드윙을 제외한 미국의 대표 워크부츠 브랜드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1편: 워크부츠에 대하여 1편: 워크부츠의 제왕, 레드윙(Red Wing) http://overmyhead.tistory.com/285)




쏘로굿(Thorogood)


쏘로굿은 1892년 미국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에서 시작된 브랜드 입니다. 브랜드의 연식으로 따지면 레드윙 보다 오래됐지만, '먼저 만든 놈이 더 잘 만드는 놈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페니로퍼의 시초인 바스(Bass)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품질로 따지면 레드윙이나 앞으로 소개할 울버린, 치페와 등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울버린, 치페와 등과 같은 라인에 이름을 올릴 브랜드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워크부츠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쏘로굿 목토(Moc Toe)


쏘로굿의 대표 모델이라 하면 역시 목토일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10만원 초중반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때는 우리나라 남성들을 클론화 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쏘로굿이나 레드윙이 아닌 소위 보세 제품들도 많았겠지만요.

목토 부츠는 사실 워크부츠이기 때문에 투박하게 생겨서 캐주얼한 워크웨어와 어울리는 신발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이런 분류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소위 댄디한 차림새에 목토 부츠를 신어 언밸런스한 느낌을 주는 분들이 많아 뜨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쏘로굿 목토(814-4200)의 쉐잎은 기본적으로 레드윙 목토와 비슷합니다. 아웃솔(밑창)은 원래 비브람솔을 썼는데 몇년전부터 자체제작한 아웃솔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가격차이가 나는만큼 레드윙보다 가죽의 질은 떨어지지만 쏘로굿의 신발들도 굿이어웰트로 제작되기 때문에 밑창이 닳아도 밑창갈이를 해서 오래 신을 수 있습니다.










쏘로굿 몽키(Monkey)


몽키 부츠는 워크 부츠의 형태 중 하나로 갑피 양옆의 스티치가 정면에서 보면 원숭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입니다. 사실 어디가 원숭이 같다는건지 모르겠지만...1편에서 포스팅 했던 라인맨 부츠도 앞에서 보면 원숭이 같다고 하여 몽키 부츠로도 불린다는 것 같습니다.


쏘로굿 몽키(814-4233)는 목토보다 목이 낮아 중심도 낮아보여 좀더 뭉툭한 느낌을 주는 편 입니다. 아일렛이 아래쪽까지 달려 있고 앞코의 쉐잎도 더 뭉툭한 느낌을 줍니다.







쏘로굿 포스트맨(Postman)


쏘로굿 포스트맨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집배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입니다. 쏘로굿의 포스트맨은 일반적인 구두에 비해 앞코가 짧아 캐쥬얼하고 귀여운 느낌입니다레드윙 포스트맨과 마찬가지로 미끄럼을 방지해주는 아웃솔을 썼다는 표시로 어퍼에 탭이 달려있습니다.


쏘로굿에서 Academy Uniform Shoes(834-6041)라고 하여 또다른 더비슈즈를 판매하는데 이는 포스트맨과 쉐잎이 다르니 혼동 없으시기 바랍니다. 6041 제품은 더 포멀한 모델이어서 앞코가 더 길고 매트한 느낌입니다. 쏘로굿 포스트맨의 품번은 834-6027(무광)으로 Men's Classic Leather Oxford Shoe입니다.







하지만 쏘로굿 포스트맨은 가죽이 얇고 질이 좋지 않은지 크랙(주름)이 안예쁘게 생기기로 유명합니다. 레드윙의 포스트맨은 가죽이 두껍고 튼튼하여 관리하면서 신을수록 멋지게 에이징 되는 것에 비해 쏘로굿의 에이징은 많이 아쉬운 편입니다. 물론 레드윙 포스트맨은 공홈 가격으로 33.8만원이고 쏘로굿 포스트맨은 국내에서 10만원 내외에서 구할 수 있는 신발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요.



사실 인터넷에 '쏘로굿 포스트맨' 착용샷으로 돌아다니는 사진 중 실제로는 레드윙 포스트맨인 것도 꽤 있습니다. 레드윙 포스트맨이 가죽의 발색이 훨씬 좋지만 사진 상 발색만으로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쏘로굿과 레드윙의 포스트맨은 디자인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더비슈즈 형태이지만 아래 사진을 보시면 어퍼 위에 끈 달린 부분의 연결 라인이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좌: 레드윙 포스트맨 / 우: 쏘로굿 포스트맨>






울버린 (Wolverine)


울버린 1000마일의 창업자 G.A. Krause는 오늘날 Wolverine World Wide 사의 모델이 되는 피혁 판매 및 구두 도매 회사인 Hirth-Krause 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1903년에 현재 미국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미시건 주 락포드에 근대적 제화공장을 완성합니다.

(레드윙을 워크부츠의 제왕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짬으로 따지면 여러 브랜드에 밀리는 것 같습니다...)


1914년에 울버린은 부츠의 내구성을 가장 중요시하며 울버린의 상징과도 같은 부츠인 울버린 1000마일 부츠를 출시합니다. '1000마일을 걸어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평론가들에게 “구두창과 어퍼는 강철과 같이 딱딱하고, 신었을 때의 감촉은 실크처럼 부드럽다.”는 극찬을 받게 됩니다. 


울버린 1000마일은 인터넷에서 세일가 25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3~40만원대인 레드윙과 10만원 중후반대인 쏘로굿 사이에서 적절한 가격대인 것 같습니다.






울버린 오리지널 1000마일 부츠(Original 1000 mile)


울버린의 가장 대표 모델인 오리지널 1000마일 부츠 입니다. 어퍼는 크롬악셀 레더이고 아웃솔은 홍창으로 앞서 말했듯이 좋은 착화감을 자랑합니다. 플레인토 부츠로 전체적인 쉐잎은 레드윙 벡맨과 비슷해보이지만 벡맨보다 라스트가 날렵한 편입니다. 벡맨은 아일렛만 7개이지만, 울버린 1000마일 부츠는 4개의 아일렛과 3개의 스피드 훅이 달려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플레인토 부츠만큼은 레드윙 벡맨이나 라인맨보다 울버린 1000마일 부츠가 훨씬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치페와(Chippewa)


치페와는 1901년에 위스콘신 주 치페와 폴즈(Chippewa Falls)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최고급의 제품을 생산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고객에게 판매한다.( Manufacture the highest quality product and sell it to our customers at a fair price.)'를 모토로 신발을 제작합니다. '치페와'라는 이름은 당연히 지역명인 '치페와 폴즈'에서 따온 것인데 치페와라는 지역명은 그 지역에서 살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치페와는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브랜드명을 따온 것을 내세워 정통 아메리칸 헤리티지 브랜드임을 주장합니다. 

치페와는 Made in U.S.A로 미국 생산을 고수하며 부츠에 비브람솔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브랜드 입니다. 또한 1,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부츠로 이름을 날리며 크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치페와 홈스테드(Homestead)


치페와 홈스테드는 아이언 레인저와 비슷한 캡토 부츠이지만 치페와 홈스테드의 라스트가 좀 더 둥그런 느낌을 줍니다. 또한 치페와의 홈스테드가 굽이 좀 더 높아 중심 또한 높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드윙 아이언 레인저와 같은 캡토 부츠더라도 치페와 홈스테드는 느낌이 참 다른 부츠입니다. 그리고 레드윙 아이언 레인저는 코르크 재질의 평평한 아웃솔(밑창)인데 비해 치페와 홈스테드는 비브람솔을 사용하기 때문에 덜 미끄럽습니다. 


참고로 아래에 소개해드릴 치페와 서비스 부츠도 마찬가지지만 '치페와 홈스테드 코도반'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는 것은 사실 리얼 코도반이 아니라 '코도반 컬러'의 가죽일 뿐입니다. 코도반이라기엔 20만원대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리얼 코도반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꺼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품명을 이런식으로 붙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페와 서비스 부츠(Service Boots)


서비스 부츠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군화 기반의 디자인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플레인토 부츠로 울버린 1000마일이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부츠라면 치페와 서비스 부츠는 그보다 더 깔끔한 느낌입니다. 아웃솔은 역시 비브람으로 착화감 역시 좋은 편입니다.










대너(Danner)



대너(Danner)는 1932년 찰스 대너를 포함한 5 명의 장인 만으로 위스콘신 주의 치페와 폴즈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오로지 수작업으로 저렴하고 정교한 워크 부츠를 제작했습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시급이 30센트 정도였고 가죽과 필요한 부자재의 가격도 매우 저렴하여 초창기의 대너부츠는 4달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북부에서는 스파이크 로거 부츠가 1족에 10달러 정도에 판매된다는 것을 알고, 찰스 대너는 회사를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로 옮기게 됩니다. 


이후 케네디 대통령이 국민에게 일상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연설 이후, 하룻밤만에 미국 전역에 아웃도어 레저 선풍이 일어났습니다. 원래부터 트레킹, 사냥, 스키 등의 아웃도어를 좋아했던 빌 대너는 재빨리 시장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하이킹 부츠를 제작하여 대너는 미국내 유일의 하이킹 부츠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또한 대너는 1979년에 신발로는 처음으로 고어텍스를 접목하여 경량화를 성공하여 대너라이트(Dannerlight)가 탄생하게 됩니다.





대너 라이트 러브조이(Dannerlight Lovejoy)


대너의 대표모델로는 마운틴 트레일, 익스플로러도 있지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러브조이를 꼽아봤습니다. 아웃도어 부츠 무드의 브랜드 답게 하이킹 부츠의 느낌을 자아내며 전체적인 쉐잎이 투박해보이며 정말 튼튼해보입니다. 아웃솔(밑창)은 비브람이고 사이드에는 밝은 브라운 색상의 스웨이드가 있어 전체적으로 심심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어퍼의 가죽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브라운이며 5개의 아일렛과 3개의 스피드훅으로 총 8홀의 발목까지 잡아주는 정도의 높이 입니다.











이상으로 미국의 워크부츠 브랜드로 유명한 쏘로굿, 울버린, 치페와, 대너의 대표모델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언뜻보면 거기서 거기이고 느낌이 많이 겹치는 것 같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각 브랜드들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갖고 서로 다른 느낌들을 자아냅니다. 


또한 언급한 브랜드들은 역사가 100년씩 되다보니 세계대전이나 미국의 근대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오랜 세월을 견뎌내온 브랜드가 주는 믿음도 상당히 강합니다. 1편의 마무리로 사용자가 좋은 제품을 오래토록 쓰며 그 제품과 함께하는 가치를 이야기 했다면, 이번 편은 자국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을 견뎌내온 브랜드가 주는 신뢰의 힘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