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B> 워크부츠에 대하여 3편: 호킨스, 자칭 160년 전통의 영국 워크웨어 브랜드의 허와 실

낙낙이 2017. 6. 14. 09:51

​<B>


ABC 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호킨스가 레드윙, 파라부트, 닥터마틴, 팀버랜드, 버켄스탁 등 참 다양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카피하는 것을 보며 '역시 명불호전...'하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카피를 했는지 호드윙, 호로굿, 호라부트, 호터마틴, 호버랜드, 호켄스탁 등 참 부끄러운 별명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제품들의 만듦새나 질이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호킨스의 수이코크 샌들 카피>



<호킨스의 버켄스탁 샌들 제품 카피>




생각해보니 국내에서 호킨스가 처음 TV 광고를 할 때 160년 전통의 브리티시 워크웨어 브랜드라고 선전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ABC마트에서 엠넷(mnet)의 슈퍼스타K를 협찬해줬고, 슈퍼스타K 중간 광고마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이었던 윤건 씨를 모델로 호킨스 광고를 했던 것 같습니다. CF는 이국적인 쵤영배경에 영국 브랜드라는 것을 언급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1850년대 영국에서 생긴 브랜드면 나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바버 같은 브랜드보다 오래된 것인데 왜 그렇게 정체성 없이 카피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게다가 160년 전통의 영국 브랜드가 미국식 워크 부츠를 메인으로 판매한다니 여간 이상한게 아닙니다.



호킨스의 역시을 살펴보면 호킨스라는 브랜드는 1850년에 조지 토마스 호킨스가 노스 햄프턴에 설립한 브랜드 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승마를 즐겨했던 여왕 덕분에 영국 왕실에 승마 부츠를 납품하여 최고 영예인 로얄 워런트(Royal Warrant, 영국 왕실 인증)까지 받게 됩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영국과 트란스발 공화국 사이의 전쟁이었던 보어전쟁에 군용 부츠도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1,2차 세계 대전 때는 군용 부츠 뿐만 아니라 공군 파일럿 용 부츠를 납품하면서 큰 성장을 이룹니다. 또한 한국전쟁 때는 MOD 사와 협업하여 한랭지용 군용 부츠를 제작하였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1980~90년대에 캠핑 부츠와 워크 부츠를 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문닫은 영국 노스 햄프턴 호킨스 공장에 아직도 박혀있는 로얄 워런트(Royal Warrant, 영국 왕실 인증 마크)>



호킨스가 영국에 있었을 때는 닥터마틴과 협업하여 Astronauts 라는 라인을 발매했었고, 영국의 스킨헤드 족들에게 상당히 잘먹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영국의 노스 햄프턴에 있던 호킨스의 사옥이자 공장은 문을 닫고, 일본의 ABC마트에서 호킨스를 인수합니다.(일본의 ABC 마트에서 인수하여 영국의 공장 문을 닫은 것인지 선후 관계는 확실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ABC 마트에서도 호킨스는 버켄스탁 등의 유명 제품들을 카피하는 것은 한국과 별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일본 ABC마트에서 판매하는 버켄스탁 카피 제품>




그런데 일본의 ABC마트 판매 사이트와 한국의 ABC마트 판매 사이트에 'Hawkins Boots'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봤을 때 나오는 제품군이 조금 다릅니다. 일본 ABC마트 판매 페이지에는 국내에서 많이 팔렸던 스폰사(목토 부츠)와 콘소시아(플레인토 부츠)가 보이지 않고, 나름 20만원 이상을 호가하며 이탈리아 산 가죽으로 스페인 공장에서 제조한다는 클래식한 쉐잎의 윙팁, U팁, 캡토 부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ABC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호킨스의 클래식 부츠들>



그래서 인터넷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호킨스 초기 제품 택 사진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수입자는 ABC 마트이고 제조사는 '(주) 디와이씨 인터내셔날'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영국 브랜드니까 외국회사일 줄 알고 'DYC International co ltd'를 구글에 검색해보니, 디와이씨 인터내셔날은 부산 해운대구 소재의 회사이더군요. 제조사가 부산 소재의 회사란 것은 한국의 ABC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호킨스 제품들이 일본의 ABC 마트와 별개로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ABC마트 판매 페이지에 있는 콘소시아(플레인토) 제품은 제조사가 미얀마의 SUNNY SHOES, 수입사가 DYC 인터내셔널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일본의 호킨스(ABC마트)와 별개로 생산, 판매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의 호킨스도 이것저것 카피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일본의 호킨스가 한국의 호킨스보다 더 낫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이나 일본에서 판매되는 호킨스 제품들은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거 영국의 노스 햄프턴에서 생산됐던 호킨스 제품이 아니란 것입니다. 물론 영국 브랜드였던 '호킨스'라는 이름을 가져오긴 했지만 과거 영국에서 판매했던 호킨스 제품들은 데드스탁으로만 존재합니다. 현재의 호킨스는 거의 ABC마트의 PB라고 봐도 무방한 브랜드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결론

1850년에 영국 노스 햄프턴에 세워진 호킨스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1995년에 일본의 ABC마트가 영국의 호킨스를 인수하였고, 호킨스는 예전 영국의 호킨스와 다른 ABC마트의 PB 같은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도 쯤에 호킨스가 워크부츠를 메인 라인으로 국내에 상륙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호킨스와는 별개의 라인이고 ABC마트의 질낮은 PB 상품에 호킨스라는 허울좋은 이름만 붙여준 것이죠.
사실 국내에서 호킨스의 워크부츠(소위 워커) 제품들이 워낙 많이 팔렸기 때문에 호킨스의 민낯을 까면 많은 구매자분들의 상심이 클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호킨스가 160년 전통의 영국 브랜드라는 광고문구를 믿고 구매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 블로그는 투데이 300도 겨우 나오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시진 않겠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