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Economics

[C] 피셔의 debt-deflation model

낙낙이 2016. 10. 16. 16:36


Fisher의 Debt-deflation Model


 통화량의 증가는 물가를 떨어트리고, 결국 실질화폐공급은 일정하게 됩니다. (실질화폐공급은 통화량/물가) 하지만 단기적으로 물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자율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실질이자율도 하락하게 됩니다. 즉 통화량이 증가했을 때, 물가가 즉각적으로 조정되지 못하고 화폐시장에서 이자율을 떨어뜨리는걸 유동성 효과라고 합니다. 이후 장기적으로는 아래의 피셔효과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고 이자율도 상승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조정기간은 당연히 짧고, 인플레이션이 없는 경우에 이 조정은 길어지게 됩니다. 물가가 즉각적으로 조정이 된다면 실질이자율은 변하지 않고, 명목이자율이 올라간 만큼 물가상승이 이루어지겠죠.



 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명목이자율이 떨어져서 경기를 조정하게 될 것이니 불황이나 공황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기초로 피셔는 '경제공황이나 폭락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단기적인 호황과 불황만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저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미국에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일어나고, 피셔는 파산하게 됩니다. 이후 예일 대학교에서 살고 있는 집을 사서 다시 피셔에게 빌려줘야 할만큼 형편이 어려워지고, 당대의 가장 저명했던 경제학자라는 평판도 크게 망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피셔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기존 생각을 수정하게 됩니다.


 이후 피셔는 자신이 고안한 피셔 효과가 물가상승률이 높은 호황기에는 잘 맞지만, 불황기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불황기에는 물가가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명목이자율이 잘 떨어지지 못해 실질이자율이 오르고 이에 따라 채무부담이 증가하고 불황이 심화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불황과 호황만 있다고 생각했던 종전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지요. 불황이 더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져 공황이나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피셔의 'Debt-Deflation Model'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로 경기변동이나 물가상승이 거의 실종되고,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자 피셔의 'Debt-Deflation Model'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변동금리라 하더라도 금리는 현금의 존재로 인해서 명목이자율은 0 이하로 조정될 수 없습니다. 일단 상식적으로도 예금을 맡기는 것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손해가 되고, 또 화폐보유에 따른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자본유출등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물가가 떨어지게 되면, 명목이자율 조정이 어렵고, 이에 따라 실질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빚의 실질가치가 높아지고 이로인해 부채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불황은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Debt deflation model에 대한 반론: 자산효과

 회계를 배우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군가의 부채가 증가하면 누군가의 자산도 증가하게 됩니다. 빌린 사람이 있으면 빌려준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그러니 실질이자율이 오르면 부채의 실질가치가 오르는 만큼 자산의 실질가치도 증가하고, 자산의 실질가치의 증가로 인해 소비가 증가해서 그 영향이 상쇄될 것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자산과 부채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채무자가 도산하거나 파산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대차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자산소유자의 지출도 감소하게 된다는 거죠. 


 이렇듯 불황은 무척 무서운 겁니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린다고 말하면서 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끌어 올리려는 것이나, 환율을 높게 유지해서 수출을 높이려는 노력이나(물론 브렉시트 이후로 엿을 먹은 것 같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보면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황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20대는 경제성장이 뭔지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죠. 우리나라 역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을 앞두고 있고, 일단 불황에 빠지기 시작하면 빠지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단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경기를 부양해야겠지요. 하지만 미국도 금리인상을 코앞에 두고, 유럽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또 세계적으로 유효수요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될지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20161016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