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B> 바버(Barbour)와 지속가능성: 비데일 구입기

낙낙이 2016. 8. 30. 03:02

<B>


가을을 맞아 Barbour Bedale(바버 비데일) Sage Green(세이지 그린)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바버를 구매하면서 제 소비행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옷질'의 역사가 긴 편은 아니지만 옷질의 역사속에서 내린 결론은 '비싸다고 다 좋은 옷은 아니지만, 싼 옷치고 좋은 옷은 없다.' 입니다.


저렴한 옷을 사서 한 시즌 입고 버리고 다시 비슷한 옷을 사는 것과 비싸거나 혹은 결코 싸지 않은 옷을 구매해서 오래 입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꽤 명확한 듯 합니다.

(아쉽게도 저도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전자의 선택을 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Barbour(바버)는 후자 쪽의 옷입니다. 특히 바버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담는 브랜드가 아니라 롱래스팅 아이템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를 내려 입을 수 있는 대대손손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먼저 바버의 역사를 아주 간략하게 써보자면, 바버는 1894년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John Barbour(존 바버)에 의해서 탄생되었습니다. 존 바버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어업을 하는 어부들과 선원들을 위해서 기초원단에 오일가공을 하는 방수원단을 사용하여 자켓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바버는 1911년 첫 모터사이클 수트를 시작해 몇몇 모터사이클 의류들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1970~80년대에는 「바버」의 클래식 아이템이 된 비데일(Bedale), 보더(Border)와 보포르(Beaufort) 재킷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바버는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레이건 대통령과 만났을때 선물했다는 점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 왕실에서 바버를 착용한 모습도 종종 목격되곤 합니다.



(차례대로 1982년 엘리자베스 여왕    1974년 필립 에딘버러 공    1987년 찰스 왕자)




 

바버(Barbour)는 왕실보증서(Royol Warranty)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버는 1974년 필립 에딘버러 공에게, 이어서 1982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그리고 1987년 찰스황태자에게까지 총 3개의 왕실인증을 받게 됩니다.




영국 왕실 외에도 많은 셀럽들이 바버를 착용한 모습도 종종 목격됩니다.


특히 영국의 모델이자 보그 영국의 에디터인 알렉사 청의 착샷으로 국내 여성들에게 바버가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왼쪽은 Barbour International(바버 인터네셔널)/ 오른쪽은 Barbour Beadnell(바버 비드넬) 착샷

(바버 비드넬은 여성전용 자켓이라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긴 했지만, 사진처럼 비드넬에 벨트가 있는 착샷은 알렉사 청의 착샷 밖에 없는걸로 보아 원래 비드넬과 세트인 제품은 아닌 듯 합니다.)


일본 잡지 '뽀빠이'의 편집장인 타카히로 키노시타의 바버 비데일 착샷입니다.

(개인적으로 닉 우스터는 항상 지나치게 핏하고 지나치게 멋부린 것 같아 과한 느낌이 있어 부담스러운데 비해, 키노시타의 착샷은 지적이고 젠틀한 느낌이라 자주 찾아보게 됩니다.)



해리포터 1편(마법사의 돌)에서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가 바버를 입은 모습입니다.

사실 헤르미온느가 해리포터가 아닌 론 위즐리와 이어지는 것은 론 위즐리가 불쌍해질까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헤르미온느는 론 위즐리가 흙수저 코스프레하는 금수저인걸 알아본 것 같습니다.




영화 007 Skyfall(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바버 필드 자켓을 입은 모습입니다.



믿기지 않지만 위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입은 바버 필드 자켓입니다.

007 스카이폴을 보고 바버 필드 자켓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 모델 착샷을 보니 사기 당한 기분입니다.


전설과도 같은 스티브 맥퀸이 Barbour International(바버 인터네셔널)을 착용한 모습입니다.


이외에도 바버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는 사진입니다.

수트 위에 입은걸 보니 아마 '바버 뷰포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버의 대표적인 모델로는 Barbour International(인터네셔널), Beaufort(뷰포트), Bedale(비데일), Beadnell(비드넬)이 있습니다.


이 순서대로 가격이 높은데 신세계몰 판매가 기준으로 보면


바버 인터네셔널(57만원), 바버 뷰포트(57만원), 바버 비데일(52만원), 비드넬(52만원) 입니다.


물론 신세계몰에서도 10% 세일을 진행할 때가 있습니다.


직구 사이트인 Countryattire(컨트리 어타이어) 기준으로 하면


바버 인터네셔널 £248.95(약 36만원), 뷰포트£239.95(약 35만원), 비데일£228.95(약 29만원), 비드넬£194.95(약 28만원) 입니다.


뷰포트 같은 경우는 현재 15% 세일 진행 중이고 10% 할인코드도 뿌리는 중 입니다.

(다만 바버에서 Countryattire에서 우리나라로 직구하는 것을 막아놔서, 배대지를 사용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가는 기재한 가격을 살짝 웃돕니다.)



바버의 대표 모델들 중 가장 고가인 Barbour International(바버 인터네셔널)은 뷰포트, 비데일 등보다 상위 라인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언급하고 위에 스티브 맥퀸의 사진에서도 보셨듯이 '바버 인터네셔널'은 바이크 자켓입니다.


그래서 허리띠나 친가드에서 바이크 자켓 다운 디테일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터네셔널은 왁스자켓의 형태가 아닌 퀄팅 자켓의 형태로도 제품이 나옵니다.


인터네셔널은 바버의 가장 멋있는 모델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왠지 소화하기가 어려워보입니다.



데이비드 베컴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가 입었던 바이크 자켓은 바버 인터네셔널과 형태가 비슷하지만,


바버 제품이 아닌 Belstaff(벨스타프)라는 브랜드의 제품입니다.


벨스타프 또한 바버와 같이 왁스 자켓을 만드는데, 1894년에 설립된 바버보다 30년 늦은 1924년에 설리되었습니다.


굳이 누가 원조냐고 따지면 바버가 원조인 것 같습니다만 벨스타프 로드마스터의 가격이 바버 인터네셔널의 2배 정도 됩니다.

(인터넷으로 최저가도 7~80만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정식 스토어가 없는지 네이버 쇼핑으로 검색해보면 7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벨스타프 로드마스터는 바버 인터네셔널보다 남성스러운 느낌이 훨씬 강해보입니다.


또한 바버 제품들은 클래식하지만 컨트리한 느낌이 있는반면, 벨스타프는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도시적인 느낌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모델이 Beaufort(뷰포트), Bedale(비데일), Beadnell(비드넬) 입니다.




여성 전용 모델인 비드넬은 일단 차치하고 뷰포트와 비데일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흔히들 뷰포트가 더 길어서 키 175cm 이상인 사람에게 추천하고, 비데일이 보통 자켓 정도의 길이라 175cm 미만인 분들에게 추천한다지만


애초에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에 디테일도 달라서 실제로 키가 커서 뷰포트를 사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지 싶습니다.



먼저 뷰포트는 사냥용으로 만들어진 모델로 자켓 위에 입어도 될 정도로 품이 큰 편입니다.


또한 뷰포트는 양손을 위한 워머포켓이 있고, 세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등뒤의 게임포켓은 사냥감을 간이로 넣기 위한 주머니입니다.


네번째 사진에서 소매 처리를 나일론으로 한 것은 사냥을 하면서 쉽게 더러워질 수 있는 소매 부분을 쉽게 씻어낼 수 있도록 신경 쓴 디테일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비데일은 승마용으로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대체로 뷰포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몇가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납니다.


올리브 색상이 오리지날이라 그런지 Barbour 'Classic' Bedale Olive(바버 클래식 비데일 올리브)이라고 'Classic'이란 수식어가 따로 붙습니다.


첫번째 사진을 보시면 'CLASSIC BEDALE"이라고 써있는데 올리브 색상에만 'CLASSIC'이 따로 써있습니다.

(뷰포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데일 역시 워머포켓은 있지만 게임 포켓은 없습니다.


또한 마지막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비데일의 소매는 밴딩 처리가 되어있습니다.(흔히 시보리라고 표현하는 소매입니다.)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다보니 뷰포트와 비데일을 비교한 표가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바버 비드넬은 여성 전용 모델 다운 디테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여성전용 모델답게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 있어 위의 다른 모델들보다 슬림해보입니다.


비드넬은 친가드(턱 보호대)를 올렸을 때 체크 패턴이 나타나고, 소매를 접었을 때도 체크 패턴이 나타납니다.


친가드(턱보호대)를 올렸을 때 나타나는 체크패턴

(소매 부분의 체크 패턴)



바버 왁스 자켓은 세탁과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고 1년에 한번씩 리왁스를 권하고 있으며, 일년에 13,000개 정도의 리왁스나 수선 요청에 따라서 south shields 고장에서 제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바버 왁스는 바버를 판매하는 신세계 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도 판매하며 가격은 26,000원이지만 인터넷으로 20,000원 정도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또 단품으로도 많이 입지만 바버 자켓에 이너로 입기도 하는 Barbour Liddesdale(바버 리데스데일)은 백화점에서 28만원이지만 인터넷을 잘뒤져보면 15만원 정도 선에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바버 매장에서 이너로 리데스데일을 입고 위에 비데일을 입었는데 조합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라벤햄이 퀄팅자켓이 더 저렴하지 않나 하고 찾아봤는데 라벤햄 퀄팅자켓은 33만원 정도하네요...




저렴한 퀄팅자켓을 구매하고 싶으면 무인양품(MUJI)에서 아울렛 가격으로 5만원 정도에 퀄팅자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퀄팅자켓까지 껴입는게 부담스럽다면 유니클로에서 가을 겨울에 전개하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내피처럼 껴입어도 좋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의 바버 코디를 보면 유니클로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라이트 다운 자켓을 안에 내피처럼 입는 것 같습니다.


유니클로 울트라 라이트 다운 자켓의 가격은 8만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라벤햄 퀄팅자켓)



저의 스펙은 177/77이고 유니클로 셔츠 L사이즈를 입고, 보통 상의는 105사이즈를 입습니다.


바버 매장에서 셔츠 한 장만 입고 비데일 38 사이즈를 입어봤는데 딱 맞았습니다. 


암홀이 끼진 않지만 왠지 좀 작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안에 셔츠와 니트를 입는 것을 감안해서 40사이즈를 구매했는데 품도 넉넉하지만 사이즈가 커보이진 않고, 이너로 바버 리데스데일을 입고 입어봤는데 딱 좋았습니다.


참고로 예전에 뷰포트를 입어봤을때는 40사이즈는 좀 크고 38사이즈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상체가 좀 크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바버 자켓은 Countryattire(컨트리어타이어)에서 구매해도 30만원을 넘습니다.


30만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평생을 입을 수 있는 바버 자켓을 30만원에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비교해보자면 유니클로 캐시미어 싱글코트가 비세일 시즌에 20만원 정도하는걸 감안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유니클로에서 셔츠나 간단한 룸웨어를 종종 구입하는데 이런 식으로 비교해서 좀 미안하네요...)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바버 비데일 자켓을 구매한 것이 '좋은 옷'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바버 코디를 많이 찾아봤는데 확실히 일본인들이 패션센스가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바버 자켓을 입을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