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Fashion

글로벌 중고나라 이용기-그레일드 닷컴(Grailed.com)

낙낙이 2016. 10. 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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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미권에서 매물을 구하는 것은 사실 꽤 역사가 깊은 일입니다. 폴로 랄프로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베이 잠복을 꽤 많이 해봤을 것이고, 클래식한 양복을 좋아하시는 분들 역시 이베이나 스타일포럼의 중고거래 거시판을 통해 구두나 양복을 구입하시기도 합니다. 웬만한 굵직한 브랜드들은 영미권에서 시작한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런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도 영미권에 꽤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서구에 GDP가 높은 나라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죠. 최근들어 럭셔리 시장에서 중국사람들의 손이 커지긴 했어도, 한국에 놀러와서도 중국어로 길을 묻는 분들이기에 언어적 장벽을 넘어 물건을 사긴 약간 난감하기도 합니다. 또 저는 아직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았는데, 이역만리 타국에서 돈을 받고 물건을 안보내면 어떤 일이 일이날지, 내가 사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구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베이같은 큰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영미권의 오랜 법치주의가 이런 곳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셀러가 잘못하면 한국의 제가 직접 죽창을 던지진 못해도 이베이가 대신 던져줄거라는 믿음, 이런게 헌법의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에 타오바오는 진가품 보장도 어려운게 현실이구요. 중국의 알리바바가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거라, 혹은 논란을 종식시키는 중국 기업이 있다면 그것이 알리바바일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IPO때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주가도 조금 빠지는거겠죠. 항상 서론이 깁니다. 


 최근들어 조던이나 이지 등 하이엔드 옷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Grailed'라는 사이트가 약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사이트를 방문해 보아도 그런 종류의 옷들이 가장 많이 올라옵니다. 이지(yeezy)나 피어오브갓(Fear of god)같은 스트릿 계열들이 구하는 사람도 많고 벨류에이션도 좋아서 많이들 거래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엔지니어드 가먼츠 등의 제품들도 꽤 올라오는 편이라 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고, 얼마 전에 베드포드 헤링본 울 자켓을 이 사이트에서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구매는 모두 'Paypal'을 통해서 이뤄지고, 그래서 사는 사람에 대한 보호도 꽤 되는 편입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고, 여기서 보면 '비즈빔(visvim)'의 서구권에서의 인기가 약간 실감이 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다 올라옵니다. 05시즌의 디올옴므라던가, 전성기의 라프시몬스 제품 또는 최고가의 구경도 못해볼 생로랑의 옷들도 있습니다. 가격순으로 보면 약간 재밌는 구경이 가능합니다. 캐롤 크리스찬 포엘(CCP)의 제품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구요.


사이트는 여깁니다. Grailed.com



사이트의 메인페이지입니다.


간략하게 보더라도, 릭오웬스나 알렉산더왕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꼼데가르송같은 캐쥬얼브랜드, 쿼디나 wtaps같은 약간 매니악한 제품도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제품들이 올라옵니다. 저는 팔아본 적은 없지만, 팔기도 나쁘지 않은지 분단위로 정말 많은 매물들이 올라옵니다.



7분전에 올라온 프레드페리(Fred Perry)의 봄버를 눌러봤습니다. 


제품의 이름과 사이즈, 가격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올라와 있고 밑으로 3개의 단추가 있습니다.


처음 단추는 'Purchase with PAYPAL'로 바로 구매하는 버튼입니다. 셀러가 올린 가격에 바로 구입하는 것이지요. 아마 이 버튼을 바로 누르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고거래는 네고가 제맛이죠. 어릴 때 처음으로 값이 좀 나가는 중고 직거래를 하러 동대문 앞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차로 저를 데려다주시면서 딱 한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꼭 협상을 하고 와라.


두번째 단추는 'Make an offer'입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가격을 흥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퍼는 '물품가액+배송비'입니다. 그러니 오퍼하는 금액 이상의 가격이 청구되는 일은 없는거지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세번째 단추는 'Ask a question'입니다. 물건에 대한 질문 뭐 소재나 사이즈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겁니다. 저는 구매는 한 번 해봤지만 다른 제품을 사이즈 문의한 적이 있는데 피드백도 빨리오고 답장도 친절합니다. 물론 셀러마다 다르겠지만요. 답변이 도착하면 메일로도 알림이 옵니다.


아래는 shipping에 대한 정보가 있는데, 거의 고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아 구매자가 얼마에 오퍼를 하면 그건 받으면 무조건 보내줘야되는 시스템이니까요. 물품가액+배송비는 굉장히 직관적인게, 그 돈만 주고 물건을 얻는거라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셀러가 각 대륙에 우편요금을 잘 몰라 offer를 던지라고 합니다. 근데 이게 약간 문제가 되는게, 배송료를 포함해서 오퍼를 넣고 배송료를 제외한 가격이 판매자의 경제적 지대가 되서 무조건 가장 싼걸로 보냅니다. 트레킹번호도 없고, 뭐도 없는. 이부분은 주의하시고, 네고하실 때 말씀을 분명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베드포드 자켓을 호주의 셀러에게 구입했는데, 아마 판매가가 $ 290인가에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배송비를 포함해서 $275에 오퍼를 날렷고, 이에 셀러가 $285에 보내주겠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이 경우에 오퍼가 마음에 들면 구입하면 됩니다. 저는 가격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구매했고, 한 2주 정도 지나서 물건은 안전하게 잘 도착했습니다.


사실 한 차례의 구매 경험을 가지고 사이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약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베이보다 더 직관적인 비드 시스템, 예를 들어 이베이는 낙찰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것인데, 여기선 오퍼를 셀러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구매가 바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단순합니다. 그리고 페이팔로 모든 구매가 이어지기 때문에 물건이 오지 않거나, 문제가 생긴 경우 페이팔을 통해 즉각적인 보상이 가능해서 마음이 약간 편합니다. 여러 이유로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클레임이나 리턴은 사실상 어려워보여, 확신을 가진 제품 내지는 꼭 구하고 싶은 물건이 국내에 없는 경우 사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급하게 작성해서 약간 빠진 내용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