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Culture

<B> 변주의 미학: 시리즈 영화와 장르 영화

낙낙이 2017. 9. 5. 13:27

<B>


얼마전에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시리즈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시리즈 영화를 굳이 두 가지로 분류해보자면 시리즈 영화는 

1. 시리즈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져서 시리즈 전체를 봐야 스토리가 완결이 되는 경우

2. 기본적으로 세계관은 같지만 하나의 에피소드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경우

물론 모든 시리즈 영화가 2가지 경우로 명확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 전자와 후자의 중간 지점에 걸쳐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반지의 제왕, 호빗, 스타워즈, 해리포터, 혹성탈출 프롤로그 3부작 시리즈가 바로 생각나고, 후자의 경우는 007, 에이리언, 엑스맨, 어벤져스, 다크나이트 등이 생각납니다. 특히 제가 최고의 시리즈 물로 생각하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는 아예 시리즈 전체를 한 번에 찍어두고 1년에 한 편씩 개봉하는 도박에 가까운 제작방식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1편이 망하면 2,3편이 연달아 망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었지만 피터 잭슨에게 어지간히 대단한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영화 역사상 유례없이 리스크가 큰 제작방식이었지만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판타지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낸 것 같습니다.


<1979년부터 시작하여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룬, 데이빗 핀쳐 감독 등이 시리즈를 이어간 '에이리언(Alien)' 시리즈>



<가장 성공적이면서 최고의 판타지 영화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후자에 해당하는 시리즈의 경우에는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리즈마다 약간의 변주를 해줘야하는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체적인 시리즈를 놓고보면 전자에 해당되지만 시리즈의 번외편인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굉장히 훌륭한 변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는 SF장르의 탈을 쓴 전쟁영화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상부의 명령과 개인의 생각 사이에서 고뇌하는 저항군의 모습이나 해변 전투씬 등의 장면들이 그랬고, 군 계급의 명칭이 이렇게 자주 언급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처음 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카시안 안도르'라는 캐릭터는 '대위'라는 명칭으로 훨씬 자주 불립니다. 스톰 트루퍼스의 복장도 다양하지만 오리지널 스타워즈 트릴로지의 스톰 트루퍼스 복장도 그대로 쓰면서 옛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잊지 않습니다. 엔딩 씬이 바로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의 첫 씬으로 이어지게 하는 센스는 개인적으로 '에피소드7:깨어난 포스'에서 한 솔로의 재등장보다 놀라웠습니다.



<제다이 한 명 등장하지 않지만 어느 스타워즈 시리즈보다 장엄했던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해변전투 씬>



하지만 매번 부활하는 더 강한 악당과 싸우면서 별다른 변주가 없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와도 아무도 기대하지 않습니다.(저도 4편 사라진 시대까지는 의리로 봤지만 영화관에서 본 최악의 영화로 기억됩니다.) 4편에서 공룡 로봇들의 등장을 변주로 봐야하는지 모르겠지만 트랜스포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수준입니다. 


<중국의 티케팅을 위한 로케이션과 한심한 연출력으로 점철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아포칼립스'로 이어지는 프리퀄 3부작 중 앞의 2편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3편인 아포칼립스는 범작에 지나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엑스맨 시리즈 안의 또 다른 3부작 시리즈 '울버린' 중 마지막이었던 '로건' 은 울버린 시리즈에 정말 훌륭한 마침표를 찍었던 것 같습니다. '로건'그져 액션만으로 소비되지 않고 영화 '셰인'을 직접 인용하여 그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과 메시지도 담고 있고 말이죠. 


<졸작이었던 1,2편에 비해 마침표는 훌륭하게 찍은 울버린 시리즈 '로건'>



이와 같이 변주가 필요한 것은 시리즈물 뿐만 아니라 장르물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부터 시작된 좀비 장르는 애초에 사회비판을 위한 영화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28일 후', '새벽의 저주' 같은 전형적인 액션•스릴러의 좀비영화부터 페이션트 제로를 찾아 떠나는 UN 조사관의 이야기인 '월드워Z', 굉장히 유쾌한 분위기의 '좀비랜드'와 대놓고 코미디와 결합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 호러 장르와 결합된 'REC'까지 같은 좀비 장르물이라 하더라도 다른 장르와 결합을 통해 변주를 만들어내고 차별화를 두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28일 후의 후속작인 '28주 후'는  전편에 비해 지나치게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끝가지 생존해야 하는 좀비영화에서 주인공 남매에 대해 처음부터 반감이 생겨버리니 주인공의 생존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생기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이런 좀비장르 영화 중 '월드워Z'가 내용 전개나 연출력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한 번 봤던 영화더라도 꽂히는 영화는 여러번 다시 보는 편인데 월드워Z도 5번 이상은 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장면으로 브래드 피트 가족이 시내에서 처음 좀비들을 맞닥뜨릴 때 브래드 피트가 딸 아이의 장난감 소리로 감염 시간을 체크하는 부분이 연출이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암유발 장면으로 항상 거론되는 월드워Z의 이스라엘 씬과 평택 미군기지 씬>


또 국내 애니매이션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인 '부산행' 역시 어설픈 할머니 분장을 한 배우와 후반부의 기저귀 광고 같은 씬이 아쉽긴 했지만 '기차'라는 소재의 신선함과 초기 좀비장르물이 갖고 있던 인간성의 타락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아 재밌게 봤던 것 같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돼지의 왕', '사이비'를 보면 사회비판이나 인간의 타락에 대한 고발은 연상호 감독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에서 좀비영화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행'이 첫번재로 제대로 된 한국 좀비영화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입니다. 


<공유라는 주인공의 입체성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휴머니즘과 인간성의 타락을 잘 드러낸 '부산행'>


장르영화 중 가장 먼저 더오르고 제가 한 때 빠졌던 것이 좀비장르의 영화들이기 때문에 예시로 들었습니다만 다른 장르영화들도 마찬가지 일 것 입니다. 시간여행과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도 '어바웃 타임', '미드나잇 인 파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당장에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메시지는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여행의 소재를 이용해 로맨스·드라마를 아주 예쁘게 그려낸 것 같습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작가인 주인공이 파리의 특정 시간대에 돌아가는 컨셉으로 폴 고갱, 피카소, 피츠제럴드, 달리, 헤밍웨이 등을 등장시키며 시대적 소재와 파리라는 공간적 소재를 아주 잘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출연한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한 장면>


<파리의 공간과 시간을 여행하는 주인공을 그린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이처럼 어떤 시리즈 영화나 장르 영화가 보는 사람의 기억에 남으려면 이전의 시리즈 혹은 장르영화와는 차별성을 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종종 글을 쓸 때 메타포로써 영화를 인용하긴 했지만 아예 영화에 대한 글은 처음이라 제 글이 다른 블로그의 영화 관련 글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면 블로그에 성실히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