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백서

[구두백서] 2. 구두의 디자인: Oxfords, not brogues

낙낙이 2021. 7. 14. 15:02

[구두백서] 2. 구두의 디자인: Oxford without brogue

영국의 디자이너 폴스미스 (Paul Smith)

 

"평생 한 켤레의 신발 만을 가져야 한다면 알든 990을 갖겠다" 

- 폴 스미스(로 추정)

 

한국에서 알든 990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가 “평생 한 켤레의 신발 만을 가져야 한다면 알든 990을 갖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이지요. 폴 스미스가 알든을 좋아한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찾아봐도 폴 스미스가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Gentleman's Journal에는 "폴스미스가 추천하는 가을 필수템"이란 기사가 있는데 여기서 폴 스미스가 "나는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오랫동안 이 구두를 갖고 있었다. 구두를 보살피면, 구두도 너를 보살펴 줄거야"라는 멘트를 친게 나옵니다. 하지만 사진의 알든은 2160입니다. 당연히 이 기사는 한국의 알든 990 이야기보다 훨씬 후에 나온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다룰 드레시한 구두의 다자인에서도 유명한 카피가 하나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 킹스맨의 의류 등은 모두 미스터포터 (Mr. Porter)에서 담당했고, 구두는 영국의 조지 클레버리에서 제작했습니다. 조지 클레버리는 지금도 킹스맨 에디션으로 구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Oxfords, not brogues”

영화 킹스맨에서 암호로 나오는 문장은 사회 초년생이 사야하는 구두를 소개할 빠지지 않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옥스포드는 끈으로 묶는 구두를, 브로그는 구두에 장식용으로 뚫는 구멍을 뜻합니다. 이런 신발은 영국의 (John lobb) 처음 소개했다고 알려져서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구두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Oxfords, Not brogues'의 전형적인 형태

 

똑같아 보이는 검정색 스트레이트팁 구두도 사실 천차만별입니다. 아래 나열된 요소들을 감안하셔서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같습니다.  

 

1) 토의 형태: 라운드 스퀘어

[라운드 토] 헝가리의 구두 메이커 바쉬 (VASS)의 K라스트입니다. 전형적인 라운드 토 입니다.  

 

[스퀘어 토] 헝가리의 구두 메이커 바쉬 (VASS)의 U라스트입니다. 앞코가 살짝 각진 형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둥근 형태와 각진 형태 사이의 어딘가에서 결정됩니다. 외국에서는 진짜 둥근 토를 ‘Round toe’라고 하고, 일반적인 둥근 토를 ‘Almond toe’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보통 전통적인 영국구두가 대체로 둥근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드워드 그린의 첼시가 대표적이죠. 반면에 스퀘어 토는 살짝 각진 사다리꼴 형태의 토를 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둥글면 귀엽고, 각지면 섹시하다 느끼고 있습니다. 

 

2) 토의 형태: 폭 

토의 폭도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토가 좁으면 보통 독특한 인상을 주는 같습니다. 토가 조금 짧은 디자인으로는 처치스의 콘술이나 알렌 에드몬즈의 파크 에비뉴가 있습니다. 이런 신발들은 약간 제식 군화같은 느낌을 주어서 편하게 신기 좋은 같습니다.

영국의 처치스의 대표적인 모델인 콘술입니다. 캡토가 상당히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주로 신던 구두로 유명한 미국의 알렌 에드몬즈(Allen Edmonds)의 파크 애비뉴(Park avenue)라는 모델입니다. 

 

3) 토의 형태: 치즐드

: 치즐(Chisel) 면을 다듬는 도구를 뜻하는데, 치즐드 토는 구두의 앞코를 평평하게 깎은 형태를 뜻합니다. 보통 스퀘어 토에서 보이는 디테일이고, 약간 구두 형태가 우아해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스페인 구두들이 치즐드 토를 많이 해놓습니다

치즐드 토: 세인트 크리스핀(Saint crispin)같이 비싼 구두에서 자주 보였던 형태인데, 오히려 현재는 TLB나 까르미나같은 구두에서 더 쉽게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4) 스티치의

보통 기본적인 드레스 슈즈는 스티치 사이에 폭은 좁게, 보통은 이중으로 스티치가 이루어집니다.

스테파노 베메르(Stefano Bemer)의 6471 모델입니다. 

예컨대 스테파노 베메르의 신발은 스티치 사이에 간격이 조금 있어서 캐쥬얼한 인상을 줍니다. 이런 디자인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만, 꽤 재밌는 트위스트라 생각됩니다. 

 

5) 어퍼 스티치 및 구두 끈 구멍의 개수

구두의 인상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는 스티치는 하나가 더 있는데요. 바로 구두 끈 근처에 있는 스티치입니다. 

파란 부분의 스티치 입니다. 사진의 구두는 알든입니다. 알든에도 이런 구두가 있군요. 

보통 스티치는 사진과 같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씩 여기서 변주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드워드 그린 첼시는 부분이 갈매기 형태입니다. (에드워드 그린의 영향을 짙게 받았는지, 금강의 헤리티지 70001 맨하탄이 저런 디자인입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그린(Edward green)의 첼시 202라스트입니다. 명실상부한 스트팁 계의 끝판왕 중에 하나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가 주면 절을 하면서 받겠지만, 저 갈매기 형태의 스티치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두끈을 넣는 구멍의 개수가 다릅니다. 보통 5개인데, 드물게 6개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알렌 에드몬즈의 파크 에비뉴를 제외하고는 거진 5개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구두 가격에 따라서 디자인이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 힐컵(구두의 엉덩이)이기도 한데, 중요하지 않아서 따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구두일수록 절개가 없는 심리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Written by calm_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