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백서

[구두백서] 5. 구두의 유지

낙낙이 2021. 8. 5. 17:12

보통 CAPEX라고 부르는 설비 투자 이후에는 OPEX, TCA, TCO 이런 비용이 따라 붙습니다. 

OPEX는 운영비용(Operational Expenses)을 뜻하고, TCA는 총 도입 비용(Total Cost Acquisition), TCO는 총 소유 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을 뜻합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에도 취등록세부터 시작해서 차량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유류비, 보험, 관리비 등이 따라 붙습니다. 

구두에 대한 투자 역시 구두의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관리(Care)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오늘은 이런 측면에서 구두의 유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주 그럴싸하게 적었지만, 제 생각에 구두의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슈트리(Shoe tree)입니다. 

슈트리 (출처: 치니 (Cheaney)

[슈트리의 기능]

슈트리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구두의 형태를 유지시키는 것 입니다.

구두 어퍼의 주름을 펴주고, 구두의 앞코가 들리지 않도록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구두는 신다보면 앞고가 구부려지게 되고, 비에 젖는다던가 하면 앞코가 구부러진 형태로 경화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구두의 주름도 자리를 잡아서 마모가 빠르고, 복구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슈트리를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슈트리가 구두에 습기를 제거해준다던가 이런 효과들이 열거되어 있는데, 사실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제습제를 사용하시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의 이원희 교수님이 쓴 글에 따르면 "목재는 흡습능력이 뛰어나 실내와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될 때 습도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기 중에 함유된 수분량은 그 온도의 포화수증기압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그 양은 1㎥의 대기 중에 10℃일 때 9.4g, 20℃일 때 17.3g, 30℃일 때 30.4g이다."라고 합니다] 

 

[슈트리의 종류]

슈트리라는 품목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서촌의 바버샵이 도입한 개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주 구형 바버샵 슈트리

2010년대 초반의 바버샵 슈트리입니다. 제 첫 슈트리도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 바버샵 슈트리

그리고 이후에 이렇게 손잡이가 금속의 형태로 변형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슈트리들은 모두 우드로어(Woodlore)같은 삼나무 슈트리의 영향을 짙게 받은 것 같고,

이 형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적인 형태의 슈트리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서 난다콧이라던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형태의 슈트리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도니에르 슈트리

이런 형태의 슈트리는 저 앞부분의 절개된 형태가 구두 어퍼에 잘 맞도록 스프링으로 조정되는 형태를 갖고 있는데 뭐 효과가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모르겠습니다. 

삼나무는 확실히 슈트리로 사용하기에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신발에서 나는 냄새도 어느정도 잡아주고, 나무 자체에서 나는 향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슈트리는 대체로 힐컵이 두꺼웠고, 아무래도 잘록한 힐컵을 가진 비싼 구두들에는 다소 맞지 않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아무튼 이런 슈트리가 일반적인 형태냐? 하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드로어가 알렌 에드몬즈의 자회사이고, 이런 형태는 다시 미국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금속 스프링이 없던 시절의 슈트리는 이렇게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중간 나무를 마지막에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지요. 일본의 비스포크 슈메이커들은 이런 슈트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까지 옛것을 탐닉해야 하나 싶습니다. 

 

세인트 크리스핀(saint crispin) 슈트리

세인트 크리스핀 슈트리는 이런 형태입니다. 마프테이(maftei)도 이런 형태인데, 이런 슈트리는 엄청 불편하고... 힘줘서 넣다 보면 힐컵 부분의 가죽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선호하지 않는 형태의 슈트리입니다. 

최신형 바버샵 슈트리

최근 바버샵 슈트리는 이런 형태로 개량되었습니다. 발등이 낮고 힐컵이 작아서 고가의 신발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이뻐요. 아주 이뻐서 마음에 듭니다. 저는 결국 야금야금 이 슈트리를 들이다가 결국 10개 정도 구입한 것 같습니다. 

바버샵 슈트리는 4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하이앤드 슈트리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존롭의 슈트리

 

벨루티의 슈트리
꼬르떼의 슈트리

보통 존롭(John lobb)이나 에드워드 그린(Edward green) 정도의 비싼 슈메이커는 노스햄튼의 스프링 라인 등에서 슈트리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슈트리는 보통 20만원 정도 합니다. 아무리 라스티드 슈트리라고 해도 너무 비싸지요.

스프링라인의 슈트리는 릿슈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구두 환자의 개인적인 바버샵 슈트리 예찬기였고,

앞서 적었듯이 슈트리는 있냐 없냐가 제일 중요하지, 좋은 슈트리냐 아니냐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구두 형태에 변형이 올 정도로 궁합이 맞지 않는 슈트리가 아닌 다음에야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인양품 슈트리 (29,900원)
스프링 형태의 슈트리

가장 저렴한 형태의 슈트리가 바로 스프링 형태의 슈트리입니다. 이것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훨씬 좋습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경우에는 어퍼의 주름을 펴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아무래도 힐컵을 잡아주는 것은 못하겠지요. 

아 그리고 최고의 사치재가 남았네요.

알든(alden)의 슈트리

확실히 알든 신발에는 알든 슈트리를 넣어두면 이쁩니다. 

슈트리도 구두와 같이 Made in U.S.A 인데 상당히 조악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59,000원입니다. 

원래 제일 비싼게 감성입니다. 

 

[슈트리의 소재]

슈트리의 소재는 보통 삼나무가 많은데, 무인양품의 경우 연필나무이고, 바버샵의 신형슈트리는 비치우드(보통 너모밤나무라고 알려져 있는)입니다.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쪽이 흡습성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이나, 뭐 사실 나무가 습기를 얼마나 없애주겠습니까 싶습니다. 

 

[슈트리 사이즈 선택]

앞서 말했듯이, 슈트리는 형태를 유지시키고 주름을 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이즈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니까 타이트한 것이 너무 헐거운 것보다는 나은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