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백서

[구두백서] 3. 구두의 밑창

낙낙이 2021. 7. 16. 11:02

[구두백서] 3. 구두의 밑창

 

오늘 다룰 부분은 구두의 밑창입니다. 사실 구두의 밑창에서 더 중요한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 영역들에 있기는 합니다.

[구두의 구조]인솔은 깔창, 아웃솔은 밑창 그리고 쉥크(Shank)와 코르크 등은 인솔과 아웃솔 사이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두의 척추같은 역할을 하는 쉥크(Shank), 구두의 인솔(밑창) 아웃솔(바깥창) 사이에 채워 넣는 코르크 필러 등이 착화감에 주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부분은 구두를 뜯어보고 사는게 아닌 다음에야 어련히 비싼 구두는 신경 썼겠 거니 하고 사야 합니다. 이 쉥크는 크게 1) 구두의 아치를 잡아주고, 2) 구두의 안정감을 높여주고, 3) 구두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고, 보통 철제(예컨대 알든) 혹은 나무(예컨대 에드워드 그린) 등을 소재로 쓰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차이가 문제가 되는지 제가 느껴본 것은 아니나, 미국의 알렌 에드몬즈가 철제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뀐 거냐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거기에 사람들이 알렌 에드몬즈가 쉥크가 있기는 했냐 묻는 것을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구두의 밑창은 사실 구두의 유지보수관리와 결합되어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관련한 내용은 추후에 다루려고 하는 구두의 유지/보수/관리와 엮어서 다루는 것이 좋을 같아서 여기서는 간략하게 다루겠습니다. 구두의 아웃솔은 기본적으로 1) 홍창(가죽창, Leather sole) 2) 고무창(Rubber sole) 있습니다.

 

1) 홍창(Leather sole)

알든의 레더솔입니다.

 

홍창은 전통적으로 구두의 밑창을 만드는 방식으로, 말그대로 가죽을 층층이 쌓아서 밑창으로 사용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오크바크레더(Oak Bark) 만드는 것인데 이는 참나무(영어로 Oak tree라고 하죠) 껍질을 사용해서 태닝한 가죽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오크바크 레더 아웃솔을 생산하는 업체인 독일의 JR 보통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JR 아웃솔 계의 끝판왕처럼 소개하는데, 이유는 없는 같습니다. 이런 아웃솔을 만들어주는 회사 자체가 남아있지 않을 뿐더러, 이런 장인정신(Craftmanship) 중요한 물건들은 방식으로 묵묵히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기능상 장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필드에서는 다윈의 말이 맞습니다.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종이 가장 강한 것이지요.

그래도 아웃솔에 JR 박혀있으면 믿음이 갑니다. (JR의 장점이 내구성이라고 하는데, 사실 홍창을 막 굴려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고, 정말 내구성이 좋은 아웃솔은 알든의 기름 먹인 레더솔이었던 것 같습니다.) 업체가 남지 않은 까닭에 아마 JR 로고 없이 JR솔을 쓰는 회사도 많을 건데, JR 유독 강조하는 회사들은 이제 엔트리급 구두인 버윅, 금강제화 헤레티지 리갈이나 헝가리의 바쉬(VASS) 정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엔트리 구두인 버윅(Berwic)의 일부 프리미엄 라인은 JR의 레더솔을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엔트리급에서는 어퍼의 퀄리티에 더 신경쓰는게 좋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JR레더솔이 끝판왕이라고 하고, 그게 육안으로 확인이 되니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소구가 되는 측면도 있겠지요. 

 

당연히 홍창이 조금 더 착화감이 좋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가죽창이 고무창보다 훨씬 유연하며, 사용에 따라 변형되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창과 고무창 사이에는 유의미한 착화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무창으로 만들어진 구두도 인솔은 가죽이고, 그 밑에는 코르크 필링이 들어가 있으니 신을수록 변형이 없는 것이 아닐텐데, 그 미세한 차이는 가죽 소재의 장점보다는 고무 소재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고무의 탄성이 불편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창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통기성' 등도 홍창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고무의 내수성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들이 사실 체감이 될 정도냐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홍창이냐 고무창이냐의 문제보다는, 홍창에 어디까지 보수하는 것이 타당하냐의 문제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두의 유지관리보수’편에서 다루겠습니다

 

몇 가지 기교 (베벨드 웨이스트, 피들백 웨이스트, 히든 채널솔, 더블레더솔, 네일링)

톰 포드(Tom Ford)의 극단적인 베벨드 웨이스트

 

매우 아름다운 피들백 웨이스트. 여기서 Fiddle back은 바이올린 뒷판을 뜻합니다. 

 

여기에 비싼 구두들은 조금 기교가 들어가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1) 구두의 아치부분을 날렵하게 깎고(베벨드 웨이스트) 마치 값비싼 바이올린처럼 보이게 하는 피들백 웨이스트와, 2) 스티치가 보이지 않도록 홍창의 테두리를 열어서 봉제 후에 접착시키는 방식인 히든채널솔(영어로는 보통 Closed channel sole이라고 하기도 합니다)이 있습니다. 당연히 의미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양을 기준으로 구두를 구입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저처럼 환자가 되면 이런 부분이 어필 되기는 합니다. 보통 이러한 사양들이 적용되면 최고급 구두의 범주(예컨대 가지아노걸링)에 들어가게 되는데, 요즘은 비교적 저렴한 구두(예컨대 TLB)에서도 찾아볼 있습니다

기교적인 부분으로 못질(Nailing) 있는데 이건 대한민국의 아스팔트에 곧바로 사라지니 고려하지 않으셔도 같습니다. 홍창을 두 겹으로 덧댄 더블 레더 솔(Double leather sole)도 있는데 이건 보통 캐주얼한 구두에 들어가는 것이니 특별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크로켓앤존스(Crokett & Jones)의 히든채널솔입니다.  

 

 2) 고무창(Rubber Sole)

고무창은 보통 다이나이트솔이나, 비브람솔을 뜻하는데 기본적으로 다소 투박한 감이 있고, 고무의 특성상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착화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홍창과의 소재적 차이와, 고무창의 두께감이 결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같은데, 그래서 최근에는 최대한 홍창과 가까운 두께 정도로 개량한 고무창도 나오는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떤지 신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훨씬 낫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까르미나(Carmina)의 다이나이트솔로 만든 구두입니다.

항상 느끼는게 대한민국의 아스팔트는 엄청나게 강하고, 대한민국 아스팔트 앞에서 내구성은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내구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시간의 문제지 대한민국의 아스팔트에 굴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아웃솔 선택에 있어서 내구성을 고려해서 꼭 고무창을 구입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무창의 확실한 장점은 '방수'입니다. 홍창 구두에 비브람 반창을 대면 어느정도 비가 오는 것 정도로는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비를 많이 맞는 날에는 확실히 고무창이 낫습니다. 그래서 저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신는 다이나이트솔로 만든 미어민(Meermin) 구두를 하나 갖고 있습니다. 

 

3) 정리

결국 정리하자면, 생각에 거의 모든 면에서 홍창이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고무창을 구입하실 필요가 있는데, 1) 우천용 신발이다, 2) 구두에 반창이나 스틸토 등을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3) 투박한 느낌을 원한다 하는 경우에는 고무창을 사셔도 좋을 같습니다. 트리커즈(Trickers)의 컨트리한 구두에는 또 고무창의 투박한 느낌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거의 고무창으로만 구두를 내놓는 파라부트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고무창이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술 할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로 고무창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보수(Repair)’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찾아보면 고무창에도 반창과 스틸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보이는데(보통 파라부트에 그렇게 작업을 하더군요) 이게 뭔가 흔한 작업은 아닌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고무창은 적당히 보수하며 신기가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고무창은 오래 사용하다가 마모가 되면 이걸 다시 리솔(Resole, 창갈이)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명을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근데 리솔이라는게 쉬운 작업도, 가격이 저렴한 작업도 아니거든요. 대한민국이 구두솔 교체가 굉장히 저렴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15만원이 넘어가는 작업입니다. 존롭과 같이 정상급 슈메이커에서도 고무솔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고무창 구두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반면에 홍창은 반창에 스틸토를 해서 신다가 마모가 되면 반창과 스틸토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신을 수 있습니다. 수선비용도 높지 않기 때문에 수선시점에 대해서도 편하게 결정할 수 있죠. (반면에 구두가 조금 마모되었다고 바로 리솔을 하기는 어렵죠) 제가 5년 넘게 즐겨 신은 구두도 스틸토 교체 1회, 뒷굽(리프트) 교체 1회 정도만 했습니다. 

 

좋은 구두를 처음 구매하시는 분들이 고무창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어쩌면 홍창을 보수하는 방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주변에는 구두를 선물로 주었더니 아웃솔이 금방 아스팔트에서 박살 나고, 비오는데 구두에 물이 새는데 이거 좋은 구두 맞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봤을 고무창이 훨씬 낫죠. 내구성에 있어서 반창과 스틸토를 홍창은 고무창과 어느정도 견줄 있지만, 홍창은 고무창과 비교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주로 구두를 맡기는 곳은 한남동의 리페어리페어인데 여기서 반창(25,000) 스틸토(30,000) 55,000원이고, 조금 비싸고 접근성이 좋은 릿슈에서도 66,000 정도 했던 같습니다. 생각에는 이정도를 초기에 투자하셔서 홍창을 시는 것이 좋을 같습니다.